[이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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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기자] 뭉게구름 같기도 하고 넘실대는 제주의 푸른 바다빛 같기도 한 산뜻한 표지의 책 한 권이 보름 전 도착했다. 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넣은 지 이틀 만에 도착한 책 이름은 <아이러브 미완성(アイラブ未完成)>이다. 책 이름 아래에는 재일작가 김길호 소설집이라고 쓰여있다. ▲ 아이러브 미완성《아이러브 미완성》 , 김길호 지음, 월간문학 출판부ⓒ 월간문학 "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단편 소설집 <아이러브 미완성>을 발간했는데 서울에서 구입이 가능하다면 사서 보십시오. 일본에서 보내도 되지만 시일이 걸릴 것 같아서요. 과연 구입이 가능한지 저도 알고 싶습니다."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은 지난 5월 1일. 제주 출신의 재일작가인 김길호 선생이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인터넷 연재물인 <김길호의 일본 아리랑(167)>(제주 경제일보 연재)을 읽고 있자니 선생이 제주 방문 중인 듯하여 서울에 올 계획이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짧은 일정으로 고향에 갔다가 이미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고는 따끈따끈한 신간 <아이러브 미완성> 소식을 보내왔기에 나는 얼른 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넣었다.주문한 책이 도착했다고 김 선생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졸저를 읽은 감상이 긴장됩니다"라는 답을 보내왔다. 책을 받았을 때는 바로 읽어야지 했는데 2주가 다 되도록 머리말밖에 읽지 못했다. 젊었을 때는 소설책을 손에 쥐면 날밤을 꼬박 새우면서도 피곤한 줄 몰랐는데 이제 소설을 읽을 나이는 아닌가 싶을 만큼 저녁이 되면 피곤이 몰려든다. 사실을 말하자면 낮 동안은 나 역시 밀린 집필로 끙끙대고 있는 터라 저녁밥을 먹고 천천히 '읽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책상 앞에 앉으면 여지없이 밀려드는 피곤함으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그럴 때마다 에티오피아에 체류 중인 친구가 보내준 하라르(harar) 커피를 진하게 타 마시면서 드디어 어젯밤 나는 김 선생이 쓴 334쪽의 <아이러브 미완성>을 완독했다. 책장을 덮자 검은 모래해변이 펼쳐진 제주 삼양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늘 미안하다던 언니·억울한 젊은 죽음…하늘에서 함께 울고 있나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수사관 등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만든 모임 ‘열매’ 회원들이 지난 16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당시 자행된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린 전옥주씨(위쪽 사진)와 피해를 입었으나 진상규명에 이르지 못한 이요승씨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언니, 돌아가시기 전에 언니가 만날 그랬잖아. 미안하다고. 너 성폭행당한 거 몰랐다고.” 장대비가 내린 지난 16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있는 전옥주씨 비석 앞에 샛노란 꽃다발이 놓였다. 김선옥씨(67)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빗물이 흘러내리는 비석을 주름진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는 말을 이었다. “언니, 우리 열매가 다 같이 왔어. 언니가 못다 한 거, 내가 하고 갈 거야. 좋은 곳에 가서 거기서는 아프지 마. 나도 곧 따라갈게. 또 만나, 우리.”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수사관 등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만든 자조모임 ‘열매’ 회원 11명은 이날 처음으로 민주묘지를 다 같이 참배했다.열매 회원인 김선옥씨는 2021년 파킨슨병으로 사망한 전옥주씨와 ‘가장 괴로운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다. 전옥주씨는 5·18 당시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가두방송을 하다 잡혀가 투옥됐다. 간첩임을 인정하라며 거짓 진술을 강요받으면서 모진 고문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성고문도 자행됐다.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던 김선옥씨도 가두방송을 하다 체포돼 수사관에게 강간을 당했다. 두 사람은 수감생활을 함께하며 서로 알게 됐고, 이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냈다.전옥주씨와 김선옥씨는 5·18 당시 자행된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전옥주씨는 1989년 국회 청문회에서 성고문 피해를 낱낱이 증언했다. 김선옥씨는 40여년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피해 사실을 2018년 언론에 공개하며 진상규명의 물꼬를 텄다.김선옥씨가 공개 증언을 했을 때 전옥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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